영숙이네집 :: 인간극장 엄순분의 봄날 정선 가리왕산 이병한 엄순분 정선아리랑 노래극 여자의 일생 공연 악극단 소리꾼 배우 엄순분 권혜경 작가 두번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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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한, 엄순분 부부는 지금 가을걷이를

하기에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고추와 수수, , 콩 등 다양한 종류의 곡식들을 수확해

대처로 나간 5남매에게 보내는 것이 노부부의 유일한 낙입니다. 지금 이맘때가 되면

엄순분 여사는 이집, 저집 불려갈 정도로 손끝이 야물다고 소문난 일꾼입니다.

함께 59년을 산 남편도 아내가 일을 하는 것을 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순분 여사는 일골 살 때부터 식구들이 일하는 밥으로 밥을 해다 날랐고 열일곱에 살에는

열두 식구가 있는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평생을 힘들게 살아온 순분 여사에게

때 아닌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다 말고 툭하면 집을 나서는 순분 여사가 콧노래를 부르며 도착한 곳은 바로

공연 연습실입니다. 산골 할머니에서 여배우로 거듭나는 현장입니다. 순분 여사에게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해준 사람은 옆 마을에 살고 있는 권혜경 씨입니다. 평소 순분

여사와 가까이 지내던 권혜경 씨는 순분 여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알고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함께 나물을 캐러 갔던 해경 씨는 순분 여사의 노래 재능을 발견했습니다. 그녀가

살아온 삶은 절절한 애환이 담긴 아리랑 가사와 꼭 닮아있습니다. 그래서 순분 여사의

인생을 담은 노래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함께 무대 위에 서는 두 사람은 정선 아리랑을 공부하고 악극단에 몸담았던 젊은

소리꾼들. 그 사이에 순분 할머니는 배우 엄순분"으로 공연을 열고 닫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에 서울에서 첫 공연도 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전석매진을 기록하고 지금 두 번째 공연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순분 여사는 일골 살에 가리왕산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나무를 실어 파는 떼꾼이었던 아버지는 어린 순분에게 비단저고리를 사다 주겠노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셨습니다. 주색에 빠져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화병으로

눈까지 멀었습니다.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 학교에 보내 달라 말을 꺼냈다가 두들겨 맞은 기억이 원망스럽지만

어린 순분을 안고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던 아버지를 잊을 수 없습니다.

 

 

가난으로 입 하나 덜자고 어린나이에 아래 마을로 시집을 온 순분 여사. 시부모님에 시동생까지

챙겨야할 식구가 열두 명이였습니다. 술 좋아하는 시어머니 밑에서 모진

시집살이를 해야했습니다. 추운 겨울 겨울 냇가에서 손빨래를 해야 했고 첫째 아들을 낳고

먹을 것이 없어 언 무를 씹어 먹다 이가 다 빠져버렸습니다. 그렇게 힘든 세월을 견디게

한 것은 바로 자식들이었습니다.

이처럼 힘들게 살아온 지난 날의 보상이라할까, 젊은 소리꾼들과 함께 내 이생을 주제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꿈같습니다. 두 번째 공연을 앞둔 순분 여사는 연습도중 계속

바뀌는 대사에 안색이 어두어집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대사를 외우는 것은 고생입니다.

가을걷이에 공연연습에 뒤늦은 글공부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순분 여사에게 공연을 앞두고 갈비뼈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공연 팀과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괜찮다며 연습을 이어갑니다.

 

 

지난 공연에는 오지 않았던 남편까지 이번에는 보러 가겠다고 말해 여기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픈 것을 참아가며 마음으로 아리리 고개를 넘어보는 순분 여사의 인생 가을

녘에 다시 찾은 이름 엄순분의 봄날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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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숙이네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