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이네집 :: '2019/03/03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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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과 옥분]

4년 전, 나이지리아에서 제주도에 온 오스틴 우다바(52) 씨는 처음 몇 달동안은 택배

일을 했습니다. 몸이 힘들고 돈벌이도 좋지 않아 돈을 더 벌 수 있는 건설현장으로

일자리를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기술도 없고 건설용어도 몰라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성실한 모습에 현장 반장님들은 일을 가르쳐주셨고 오스틴도 몸을 부대끼며

일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공사장에서 3년이 지난 지금은 중급 목수가 되었습니다.

오스틴은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100만원을

주고 중고 트럭을 샀습니다. 현장이 어디든 새벽같이 출발해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

하는 오스틴은 무거운 짐을 옮기고 망치질을 하다 보면 온 몸이 땀범벅이 되지만

유쾌한 남자입니다. 그는 힘든 내색 없이 늘 웃음이 가득한 얼굴입니다.

오스틴은 나이지리아에서 유치원 교사와 신발장사를 했습니다. 그는 독립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왔습니다. 첫 월급 60만 원을 받아 염색공장에 다녔습니다.

한 봉사 단체에서 한옥분 씨를 만났습니다. 누구에게나 다정한 모습은 서른 두 살이던

총각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오스틴은 서툰 한국어 때문에 “I love you"라고 고백부터 했습니다. 사실 옥분 씨의

마음도 이미 오스틴에게 기울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되물어야 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결혼을 반대하던 사람들로 그녀는

힘들어 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을 다잡아준 것은 나를 믿얻라라던 오스틴의 진심어린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4년의 연애 끝에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어느덧 17년 째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첫 아이를 유산하고 결혼 7년 만에 딸 새라가 태어났습니다. 오스틴은 아내의

산후조리와 육아까지 해며 딸을 키웠습니다. 그렇게 자란 딸 새라는 아빠와는 영어로

엄마와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아빠의 한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아내의 따뜻한 밥 한 그릇에 말걸리 한잔이면 피로가 풀린다는 제주 아저씨오스틴과

다정한 남편 덕분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옥분 씨, 그리고 딸 새라까지 이제 세 가족은

아픔을 딛고 행복을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정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오스틴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버지입니다.

식구의 가장으로 부지런히 일하셨던 아버지 자식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건

모습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런 아버지를 닮은 오스틴은 백 점 아빠에 일등

남편입니다. 쉬는 날이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하루쯤 쉬라며 아내 대신 청소와

설거지도 해주고 작업복도 꼭 자신이 직접 손빨래를 합니다.

언제나 유쾌한 오스틴에게 걱정이 생겼습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일감이 줄어든

것입니다. 게다가 임금도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맛있는 한

상으로 기를 북돋아 줍니다.

처음 제주도에 왔을 때 가족을 이겨내게 해준 것은 영락리 이웃들입니다.

보금자리였던 제주 영락리 마을 이웃들은 타지생활이 힘들 거라며 할머니들은 문

앞에 마늘, 양파 등 먹을 것을 놓고 가며 그렇게 가족에게 제주의 엄마, 할머니가

생겼습니다.

 

 

건설현장 반장님들도 그를 불러 일을 가르쳐줬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한

형님과는 사우나도 함께 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스틴은 중국 목수가

되었고 옥분 씨는 서귀포에서 제주시까지 왕복 다섯 시간을 다니며 미용 기술을

배웠습니다. 옥분 씨는 작은 미용실을 차려 젊은 시절의 꿈을 이뤘습니다.

이웃들의 사랑방이 된 미용실을 하면서 남편의 부담을 조금 덜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도 일할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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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숙이네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