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이네집 :: '2019/09/09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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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 울 엄니]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개심리, 이곳은 아직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아 빗물을 받아 걸레질을

하고 지하수가 모자랄 때에는 빗물로 빨래를 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명복 씨는 불평불만

없이 살았습니다. 26살에 시집와 집도 땅도 없는 집에서 소를 먹이고 남의 밭을 부치며

손발이 닳도록 일만 하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결혼 후 10년 만에 처음 자기 땅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가 오면 흙투성이가 되는

초가집에서 삼형제를 키우며 부모의 가난은 절대 아들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농사일 보다 공사장 막일이 적성에 맞았습니다. 성실한 사람이었지만 농사일에는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포도 농사를 하며 많은 수입을 올렸을 때, 명복 씨는 밤낮없이

일을 했고 자신을 위해선 한 푼도 쓰지 않는 짠순이 농부가 되었습니다.

 

 

33년 전, 아이들을 위해서 빚을 내어 양옥집을 지었습니다. 당시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을 지금도 어머니는 잊을 수 없습니다. 집들이할 때 들어온 30년이 넘은 세제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을 정돌 근검절약이 몸에 뱄고 명순 씨의 물건들은 골동품에

가깝습니다.

명복 씨가 땀 흘려 고생한 덕에 장남은 읍내에 집을 장만했고 둘째는 편의점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습니다. 막내는 자기 땅에서 아쉬운 소리 않고 포도 농사인 가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명복 씨는 드라마보다 격투기를 즐겨 보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밭일을 나가 해지도록

일하면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항상 웃음이 많고 긍정적인 명복 씨의 고민은

무엇일까요.

명복 씨의 남편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치매와 암 투병 끝에 2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10년 병상에 있었기 때문에 아내 명복 씨는 병시중과 농사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9년 전 막내 대겸 씨는 도시에서 자동차 정비 일을 하다가 귀농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겸 씨는 자동차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꽤 인정받는 기술자였습니다. 이제 9년 차 농부인

대겸 씨는 정비일보다 농사일이 더 즐겁고 재밌습니다. 꼼꼼한 성격인 그에게 잔손이 많이

가고 섬세한 포도 농사가 제격입니다. 단지 어머니께 불효라면 마흔이 코앞인데 아직

장가를 못 간 것입니다.

 

 

둘째 승모 씨는 어려서부터 말썽꾸러기였습니다. 어린 시절 개심리 화재 사건의 주인공이지만

지금은 어엿한 가장에 편의점 사장님입니다. 삼형제 중 유일하게 일찍 결혼해서 손자 둘을

어머니에게 안긴 효자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둘째에게 가장 미안합니다. 둘째의 어린 시절

말썽을 부린 것이 자신이 잘 안아주지 못하고 사랑을 주지 못한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남 상민 씨는 금속도금회사에 다니며 주말에도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경기를 자주 해 병원을 자주 다녀야 했습니다. 부지런한 것은 어머니를 똑 닮았지만

 2년 전, 이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늘 걱정만 끼쳐드리는 것 같아 상민 씨는 항상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태금농산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개심리 605

043-733-0349

 

 

명복 씨는 40년 가까이 포도 농사를 지었습니다. 대겸 씨는 초생재배를 하는 친환경

농사를 택했고 어머니는 아직도 풀이 자라는 밭은 농부의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40여 년 일궈온 캠벨 포도종은 재배 농사가 늘어나는 바람에 예전만큼 수익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우스 세 종 중에서 두 종은 신품종 포도밭으로 교체를

했습니다. 한 동도 올해 안에 새로운 밭으로 교체 예정입니다.

신품종 묘목이 자라려면 1~2년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 해야 합니다, 어머니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틈만 나면 아들의 밭에 농약을 치고 묘목이 자라는 하우스에

고추와 가지 등 농작물을 심습니다.

 

 

대겸 씨는 고생을 덜어드리진 못할망정 오히려 고생을 더 하는 것 같아 늘 안타깝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초콜릿 음료로 건배를 하고 여름 냇가에서 어머니와 조약돌 물수제비를 뜨는

다정한 아들입니다. 올여름은 신품종 포도밭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첫 수확의 기쁨을

나누며 순조롭게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미모의 여성과 연애도 시작했습니다. 모자의 포도밭엔

포도도 사랑도 언제나 주렁주렁 영글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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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숙이네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