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 자연인 기호곤, 맨땅에 헤딩]
푸른 물결이 일렁이고 그림처럼 펼쳐진 넓은 호숫가를 앞마당으로 삼아 살고 있는 자연인 기호곤 씨는 톰크루즈 뺨치는 항공 점퍼에 청바지, 하얀 고무신 패션으로 산과 호수를 다니며 아무것도 없었던 황무지를 낙원으로 개척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세월을 쏟아 부었습니다.
젊은 시절 성공을 위해서 무작정 도시로 향한 자연인, 태어난 지 100일 된 아이를 안고 노숙할 각오로 리어카 노점상으로 장사를 시작했고 이후 술집과 양계장까지 하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기울면서 반지하 신세를 면치 못했고 가족들을 위해 경마장 청소와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입니다. 자연인은 자녀들의 든든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재기를 꿈꾸던 어느 날 우연히 시작한 인테리어 사업이 성공하면서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지인에게 분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소개받고 아예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김밥에 들어가는 밥알 개수를 일일이 계산하고 주방장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맛을 내기 위해서 소스까지 개발했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직영 매장은 9개에 직원 수만 60명이 넘을 정도로 사업을 키웠습니다. 그렇게 성공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자녀들과의 약속을 지켜낸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모가 사람으로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비슷한 메뉴의 경쟁업체들이 생기면서 사업이 휘청이고 가족처럼 지냈던 직원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렸습니다.
상처와 배신감으로 열정은 점점 사라지고 그는 또다시 열정을 불태울 무엇인가 필요했고 산에 살고자 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산으로 향해 눈부신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 이곳에서 남은 일생을 불태워보기로 한 것입니다.
산으로 온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의 보금자리는 손길이 필요합니다. 산채만 한 바위를 굴려 화단을 만들고 선상에서 갓 잡은 쏘가리로 회를 뜨고 만능 소스를 이용해서 장어구이와 각종 약재를 넣어 고아낸 장어 곰탕까지 만들어 봅니다.
호수에 멍하니 앉아 마시는 차 한 잔, 물가에 번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자연인 기호곤 씨는 이곳이야말로 지상낙원이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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