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숙이네집 :: 인간극장 여주 4백년 고택 수우당 서문재 삼무선생 서예가 문제봉 아내 김수자 박물관 완공 서예 학원 2만 여권 고서 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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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는 4백년이 넘은 고택에서 반평생 흰 수염에 우건을 쓰고 현대판

선비로 살고 있는 문제봉 씨가 있습니다. 그는 문익점 선생의 후손으로 대대로

물려받은 2만 여권의 고서에 둘러싸여 7살 때부터 한학을 공부했습니다. 젊었을

때에는 전국을 돌아 다니며 옛날 물건들과 고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신문물과

담을 쌓고 살고 있어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 핸드폰. 신용카드. 운전면허가 없다고

삼무선생으로 통합니다.

겉 모습을 보면 하루종일 붓글씨를 쓸 것 같지만 요즘은 붓 대신 망치를 드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초야에 묻혀 10년째 집 짓기에 여념이 없는 일끈 선비입니다.

목숨 보다 더 중요한 고서들을 보관하기 위해서 40대 때부터 박물관을 구상했던

제봉 씨. 그는 53세 나이에 집을 짓기 시작해 벌써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건물 하나 뚝딱인 요즘같은 시대에 도편수도 없이 혼자 집을 지으려니

송판 한 장 다듬으려면 나무토막과 하루 종일 씨름을 해야 합니다.

 

 

돌기둥 올리는 데는 두 계절을 보내고 마루 까는 데는 1년이 걸렸습니다. 집 짓는 데

몰두하느라 돈을 못 버니 재료값이 떨어지면 농사일 품팔이로 돈을 구하고 도로 한

덩이 사서 몇 달간 망치질해 기둥 하나 세우는 식입니다.

직접 만든 기증기로 큰 돌을 옮기다 어째가 부서지고 수술한 허리와 다리에는 곳곳에

철심이 박혀있습니다. 꿈만 보고 달려온 세월, 손톱에 때 빠질 날 없는 일꾼

선비입니다.

아내 김수자 씨는 속이 문드러집니다. 평소 남편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지키는 아내는

남편이 붓을 들면 조수처럼 신문지로 먹을 찍어내고 매일같이 주안상을 포함해 하루

5끼를 차려내니 우렁각시가 따로 없습니다. 제봉 씨가 서예 학원을 하던 시절

사제지간으로 만난 두 사람, 당시 조선 여인 같았던 수자 씨에게 한눈에 반해 둘이

부부가 되었습니다. 선비 남편의 몫까지 수자 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삼 남매까지

키워야 했습니다.

 

 

한겨울에도 언 땅에 냉이를 캐서 반찬을 해 먹고 술 좋아 하는

남편을 위해 직접 술을 빚으며 빠듯한 생계에 허리띠 졸라매며 살았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했던 아내는 부부 싸움도 많이 했지만 홀로 집을 짓는

남편을 보며 밉다가도 측은하고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지금은 고된 일을 끝낸 날이면 따뜻한 물에 남편의 발까지 씻겨주고 있습니다.

수우당이라는 고택의 이름처럼 말 그대로 어리석음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온 부부.

20여 년 동안 제봉 씨의 오랜 염원이었던 서문재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남편이 이제 연장 대신 붓 드는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내 수자 씨. 반면에

완공을 코앞에 두고 박물관 한 채를 더 짓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는 제봉 씨. 과연

서문재의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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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숙이네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