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충무로 골목길 접어들 때 인현시장]
서울 충무로는 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충무로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나 “인쇄 골목”들 떠 올립니다. 그런데 충무로에는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좁은 골목 시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충무로역 8번 출구로 나오면 그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폭은 2m에 길이가 약 200m인 골목인 인현시장, 이곳은 길이 울퉁불퉁해 삼발이 하나 지나가기도 힘든 곳입니다. 오늘 다큐 3일에서는 계속해서 변하는 서울 중앙에서 따뜻한 사람들이 정겨운 골목에서 인현시장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함께 합니다.
인현시장에는 1967년 충무로 재개발 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상인들이 정착해서 지금까지 옛날 모습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53년째 골목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현시장 좁은 골목에는 눈길이 닫는 곳곳이 우리의 잃어버린 추억을 다시 찾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인현시장에서는 가성지 최고인 5000원으로 백반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이 식당은 “최고의 가정비 맛집”이라고 인현시장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5천원에 찌개와 다양한 반찬이 나오는 백반 한 상의 가격이 이렇게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곳은 서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식당입니다. 백반 한 상으로 인현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배를 두둑하게 채워 주는 곳입니다. 이곳 사장님은 몇 십 년째 이윤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장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갑이 가벼운 서민들은 값싸고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이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현시장은 단골 장사로 인연을 이어갑니다. 인현시장은 서울의 다른 곳들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곳입니다. 따뜻한 정을 맛본 손님들의 즐거운 노랫소리가 퍼지면서 인현시장의 저녁이 시작됩니다. 20년 동안 매일 같은 자리에 앉는 단골손님부터 애경사를 함께 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단골손님까지 이곳에서는 더 이상 손님과 주인 사이가 아닙니다. 이들은 서로를 형제라고 부릅니다. 오랫동안 형제애를 나눈 사람들은 서로 반말을 하고 손님은 자신이 먹던 자리를 깨끗하게 치우고 가기도 합니다.
인현시장은 인쇄 골목과 함께 합니다. 몇 십 년의 단골손님들은 근처 인쇄 골목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입니다. 인현시장은 인쇄 골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끼니를 해결하는 식당과 술집이 있고 그러면서 반찬, 과일 등을 파는 동네 재래시장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쇄물 수요가 적어지면서 인쇄소 사람들로 점심 전쟁이 벌어지던 인현시장의 경기는 예전만 못합니다. 과연 인쇄업 근로자들의 애환과 외로움을 달래주던 인현시장은 옛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높은 빌딩 숲 사이로 낮고 허름한 인현시장, 그 안에 누군가는 먹고 자고 지식들을 키워낸 삶의 터전이자 놀이터인 장소 인현시장. 지금도 충무로는 오래된 건물을 중심으로 부분 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인현시장을 지키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함께 합니다. 이날 방송 내레이션은 배우 한예리의 목소리로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