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 내 인생의 한 끼 1부, 울 엄마 밥상]
전남 고흥에는 강아지 짓는 소리가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시골집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꼬부라진 허리에 다해진 슬리퍼를 싣고 밭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는 배일엽 할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올해 98세인 할머니는 지팡이 없인 밭까지 가는 길이 구만리 같지만 밭일하는 시간은 여느 청년보다 빠릅니다. 그런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막내딸 정진 씨입니다.
평생 일만 하며 10남매를 키운 엄마가 이제 유유자적, 평화로운 노년을 보냈으면 하는 것이 딸의 바람으로 그렇게 시작한 것이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지 2년째 되던 날, 할머니가 쓰러졌고 담석증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할머니 옆에는 아마도 없었고 뒤늦게 할머니를 발견한 것이 엄마와 여행을 하기 위해서 찾아온 정진 씨였습니다.
그녀가 도시의 삶을 모두 놓아두고 엄마 곁에 남기로 한 것은 그때부터입니다. 엄마의 곁을 떠날 수가 없어서 자신의 곁에 남은 딸을 보며 엄마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비 내리는 오후, 모녀는 서로를 위한 한 끼를 준비합니다. 딸은 담석증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던 엄마를 벌떡 일으킨 보양식 녹두낙지죽을 만들고 엄마는 딸의 어린 날을 떠올리게 하는 가오리찜을 만들어 봅니다.
10남매를 키우느라 엉덩이 한 번 편하게 붙일 시간이 없었던 엄마가 명절이면 꼭 만들어 주었던 가오리찜은 정진 씨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한 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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