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에 있는 섬 장도, 이곳에는 학생도 1명, 선생님도 1명인 학교가 있습니다.
하루에 육직로 나가는 배가 두 번뿐인 장도분교가 그곳입니다. 어른만 남아있는
이곳에 김이건(12) 학생이 유일한 아이입니다. 재작년 마지막 친구였던 친구가 섬을
떠나면서 장도분교에는 이건 군만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재미없고 길기만
했는데 지난해 선생님 한 분이 오며 달라졌습니다.
장도분교의 유일한 선생님인 김성현 (34) 씨. 학교에 선생님 1명, 학생 1명이 전부
이지만 하루가 매우 분주합니다. 선생님은 수업을 하다가도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하교 후에는 낡은 교실을 보수하고 다음날 출근하면 복도에 박쥐 똥을 치우고
있습니다. 이번 주 방송에서는 열정 넘치는 선생님과 섬소년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장도분교의 이야기를 함께 합니다.
이건 군은 돌이 지나고 엄마를 잃고 인천에서 직장 일로 바쁜 아빠와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4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에는
엄마의 빈자리가 컸습니다. 친구는 하나도 없고 공부를 봐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건 군이 자유롭게 갈 수 있던 곳은 꽃게가 있는 겟벌과 바닷가의 아지트뿐이었습니다.
하루를 아무 말없이 지낼 때도 있었던 이건 군, 책 한 줄 읽기도 버겁고 곱셈도 알파벳도
잘 몰랐습니다.
선생님은 게임과 스마트폰으로 하루를 보내는 이건 군을 위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일대일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힘들어 우는 아이를 붙잡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쳤고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알려주기위해서 제주도, 평창, 서울 등 전국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이건 군은 선생님을 만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일들이 점점 많아져 갔습니다.
선생님도 이건 군처럼 지죽도라는 섬 소년이었습니다. 몇 년 전, 6학년 성현이는 첫
발령으로 섬에 온 젊은 총각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함께 물고기도 잡고 라면도 끓여
먹고 섬을 돌아다니며 추억을 쌓으며 “나도 이런 선생님이 되어야지”라는 꿈을 꾸었고
이제는 교직 생활 8년 차로 공문을 보고 장도분교에 지원을 했던 것입니다.
4년 동안 혼자서 점심밥을 먹었던 아이는 너무나 애처로웠고 선생님은 자신의 옛
선생님이 떠올렸고 이건 군에게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건 군에게 선생님이자 친구, 때로는 부모님 같은 존재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러 매주 장도에 오는 아내 권진희 씨와 아들 강유(7), 신유(4)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숨바꼭질하고 텃밭을 가꾸고 수업도 함께 들으며 아이들은 삼형제가
되었습니다.
셋째를 임신 중인 아내 진희 시는 홀로 학교에 있는 남편이 안타까워 잡초 뽑기와
관사 청소, 조리사에 이건이의 미술 선생님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부는 함께
1년간 장도분교를 가꿔오고 있는 것입니다.
내년에 이건이는 아버지가 있는 인천으로 떠나고 선생님도 섬을 떠날 것입니다. 어쩌면
장도분교는 폐고가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로
한 스승과 제자. 10년 후 다시 만날 때를 약속하며 운동장에 타임캡슐을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