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재생 공장- 대한청소년개척단]
1960년 대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바로 50년 동안
숨겨졌던 <대한청소년개척단>입니다. 1961년 충남 서산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는 괴담이 떠돌았습니다. 밤이 되면 시신을 들것에 실어
옮기는 발자국 소리와 철조망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마을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끌려가 들것에 실려 나왔야 했던
곳, 그곳이 바로 1961년 우리나라 치외법권 지역,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대한청소년
개척단>이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은 거리에 부랑아들을 갱생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사회로부터 강제로 사회명랑화 사업을 했습니다. 공권력은 거리에 배회한다는 이유로
퇴근길이 늦었다는 이유로, 단지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속칭
“후리가리”했던 것입니다. 이유도 모르고 끌려온 사람들은 수용소와 다를 바 없었던
서산의 폐염전에 갇혀 밤낮으로 강제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허기와
고된 노역에 폭력까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비참하게 보내야 했습니다.
짐승만도 못했던 생활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은 50년의 세월 동안 국가에 속고 또
속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겪은 고난과 땅에 대한 진실은 왜 지금까지 세상에 나오지
못했던 것일까요.
1961년 당시 군사정권은 부랑아와 깡패, 윤락여성들에 대해 지난 과오를 잊고
국가재건 사업에 참여시키는 “인간재생공장”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또한
125쌍의 합동결혼식도 홍보의 일환으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합동결혼식은 정부에
의해 강제결혼이었고 모든 개척단원들이 부랑아와 윤락 여성이 아니였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속아서 아니면 강제로 잡혀 왔던 것입니다. 군사 정권의 정책 홍보와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결혼을 강요당했던 20대 여성들은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한
맺힌 한숨만 지을 뿐입니다.
이들이 50년 동안 비인간적인 폭력과 노역을 감내했는 이유는 이곳에서 조금만 견디면
개간한 땅을 나워 준다는 정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내 땅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비참찬 생활을 인내할 희망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척단원들이 일군 개척지는 정부가 다시 땅을 가져갔습니다. 권리를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재판에서 국유지라서 줄 수 없다는 정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정부의 약속을 믿고 청춘을 받쳐 땅을 일궜지만 국가는 이들을 배신한 것입니다.
개척단원들은 정부의 홍보물로 만들어진 자신들이 정부에 의해서 희생됐다고 주장합니다.
군사정권이 만들고 사회가 묵인했던 대한청소년개척단, 사회 명랑화 사업으로
진행 되었던 개척단원들의 이야기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