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쪽 금능 해변에서는 비양도가 훤히 보입니다. 에메랄드 빛 바닷물 속을 뛰어드는
수십 명의 해녀들 사이에는 계급이 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수십 년 경력의 상군해녀,
중군, 하군, 애개 해녀 이렇게 나눠지고 있습니다. 은옥 씨(41)씨는 금능 해녀 사이에서
오랜만에 들어온 4년차 해녀입니다. 한 살 차이인 성방 씨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둔 은옥 씨. 정신없이 두 아이 키우며 직장 다니는 동안 시부모님 그늘 아래서
살림도 배우고 아이들도 이제는 대학생과 중학생, 다 키우고 이제는 새로운 자신만의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은옥 씨 곁에는 물때가 좋으면 바다로 나가 망사리 가득 소라에 전복, 문어까지 잡아 오는
상군 해녀 시어머니가 있습니다. 해녀가 되고 싶은 은옥 씨에게 가족들의 반대는 심했고
그중ㅇ서 가장 심한 반대는 50년 넘게 바다에서 살오온 해녀 시어머니였습니다.
몇 년 동안 그렇게 설득을 했고 시어머니는 바닷물이 들어온 원담에서 물질연습을 허락
했습니다. 며느리는 호맹이 하나들고 물에 들어가 물질을 했습니다.
애기 해녀는 올 봄 떡볶이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작은 펜션까지 짓고 해녀가
돼 물질을 하고 부녀회 일도 하고, 일 벌이는 아내 곁에는 항상 착한 남편 성방 씨가
있습니다. 14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휴일도 없는
은옥 씨의 평생 보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상군해녀 선열 씨(71) 씨는 8년 전 위암 수술을 하고 10kg나 빠졌습니다. 체력은 전과 같지
않지만 강단 있는 상군 해녀인 그녀는 물질경력만 무려 55년입니다. 해녀였던 어머니가 그랬듯
“해녀”라는 직업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동생들을 돌보며 물질해 번 돈으로 살림을
보태고 결혼 후에도 육지로 원정 물질을 다니며 4남매를 키웠습니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의 자식을 먹여 살린다”라는 있듯이 해녀의 삶은 힘들지만 물질을 해서
이만큼이라도 살아가는구나 생각하면 선열 씨는 오히려 바다가 고맙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양식장 공동작업도 함께 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물질 가르쳐주고 물질 나가는
잠수복 손질도 해주고 허리에 차는 납추 무게도 늘려주고 그러면서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며느리를 살뜰하게 챙겨주는 해녀 시어머니입니다.
해녀 김선열 씨와 남편 고창수 씨는 부부의 연을 맺은 지 50년째입니다. 바다에서 나올
시간이면 밭일을 하다가도 아내 선열 씨를 데리러 오고 정성으로 커피까지 타주는 다정한
남편입니다. 남편이 곁에 있어 고된 물질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선열 씨는 백령도, 충청도, 강원도 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남편은 제주도에서 살림하며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남편은 열심히 해녀 일을 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농사짓고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을 하며 아내가 물질로 벌어온 귀한 돈을 모아 밭도
사고 집도 사는데 밑천을 만들었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노부 남편은 밭에서 해녀 아내는 바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내줄 것만 생각하는 부모님. 살림꾼 아버지는 지금도 해녀
아내를 마중가고 밥을 차려주고 장에 가면 옷 한 벌을 사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아낌없이
사랑만 주는 나무 같은 아버지, 남편입니다. 위암을 이겨내고 물질하는 아내를 위해
말없이 아끼고 챙겨 주고 있습니다.
은온 씨는 아직 파도가 거세면 겁을 내는 초보 해녀입니다. 해녀 선배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새로운 꿈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비양도 물질입니다. 금능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섬이지만 수심이 깊어 노련한 해녀들만 가는 곳입니다.
긴장돼서 전날 밤에 한숨도 못 자고 멀미약을 한 병이나 마셨지만 배가 떠나기 시작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습니다. 상군 해녀들은 긴장하는 애기 해녀가 마냥 귀엽습니다.
비양도 깊은 바다가 펼쳐지고 과연 애기 해녀의 비양도 도전은 성골할 수 있을까요.
■ 호끌락-펜션
제주시 한림읍 금능길 41-1
010-2545-4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