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달밭골에 봄이 오면]
이전 주, 인간극장에서는 달밭골에 사는 세 모자 이야기를 함께 합니다. 달밭골은
경북 영양에서도 산속 중에 산속 깊은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외딴집 한 채는 아마도 100년도 넘은 오래된 흙집으로
이곳에 어머니 임분노미(85) 씨와 황선보(60). 황득구(50) 형제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아직도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방을 데우고 손때와 세월이 함께 묻어 있는 가마솥에
약초물을 달여 먹고 있습니다.
시루에 직접 키운 콩나물과 12시가 되면 울리는 오래된 괘종시계까지 집안에 있는 모든
것이 생활사 박물관을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분노미 할머니는 선보 씨가 돌이 지날 쯤 시어른들을 따라 달밭골에 왔습니다. 그렇게
달밭골에서 7남매를 키웠습니다. 자식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잘 사나 싶었는데 대구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던 장남이 7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와 병구완을 자처한 장남은 아버지의 고추 농사를 이어받고
달밭골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지극정성으로 아버지 병간호를 하던 장남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27년 동안 달밭골에 살고 있다보니 아직 선보 씨는 짝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내일모레면 환갑인데 혼자 살고 있는 아들을 보면 애가 타는 어머니.
아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장가갈 궁리나 하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오라는 며느리는
안 오고 5년 전에 다섯 째 아들 득구 씨가 돌아왔습니다.
때가 되면 간다는 형제를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지지만 어머니는 오늘도 밭에서 캔
냉이로 나물을 무치고 아궁이 불에 고등어를 구워 아들과 함께 할 밥상을 차립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자식들과 친척드이 이제 달밭골에서 나오라고 하지만 형제는
닭밭골에서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습니다. 장남인 선보 씨는 직접 거둔 약재로 1년
365일 어머니께 약물을 끓여 드리고 다섯째 득구 씨는 호주머니 가득 알밤을 주워다
드립니다.
어머니와 두 아들은 고추 농사를 짓다가도 날이 궂으면 평상에 앉아 부침개를 부쳐
먹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이 무르익는 달밭골은 세 식구의 소박한
낙원입니다. 지금 달밭골은 겨울이지만 세 식구는 조금씩 봄농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추 씨앗을 심아 모종 준비를 하고 땅의 비닐을 벗겨내고 새 단장을 합니다.
뒤에서 쟁기를 밀어주는 형과 앞에서 끌고 나가는 동생, 그 옆에서 어머니는 점심상에
올릴 냉이를 바지런히 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