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신혜숙 씨는 해발 800미터의 황무지를 두 딸과 함께 갈고 닦아 비닐집을
지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몸만 한 통나무를 끌어 옮기고 연장으로 모든 것을
만들었습니다. 장화를 싣고 험한 산을 누비며 항암 약초를 구하고 간수 대신 소금나무를
달여 두부를 만드는 등 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20년 동안 근무했던 그녀는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산을 택했고 야성의 팔방미녀가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연인은 이혼을 하고 13살, 5살 어린 딸들을 홀로 키웠습니다. 부모님과 이웃들
친구들에게도 이혼을 숨기며 살았습니다.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그녀.
간호사로 일하며 밤 근무가 잦았는데 그때마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우는 아이를
큰딸에게 맡기고 나와야 했습니다. 당시 큰딸도 어린아이였는데 말입니다.
딸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에 쉬는 날도 쉬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습니다.
병원에서는 자궁 외 임신, 자궁저출 수술처럼 예민한 수술을 전담하는 간호사였습니다.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몸이 힘들어도 씩씩한 척 살아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상선암,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딸은
대학생, 중학생 이런 나이었습니다.
수술 후 산으로 들어온 그녀, 딸들은 기숙사 생활을 했고 주말마다 함께 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밭을 일궜습니다. 동경했던 자연생활은 예쁜 한옥을 짓고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며 여우를 부리는 것이었는데 경제적인 상황에 맞추다 보니 집은 비닐집이고
먹거리를 직접 심어 키워야 하고 가파른 험한 산을 오르내리면서 항암약초를 찾아야
하니 항상 옷은 흙투성이에 하이힐뿐이던 신발장은 장화로 가득합니다.
자연인은 집에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써야 했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공구
다루는 데에는 도가 트고 자연이 주는 대로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꿈꿔왔던 산
생활과 너무나 다른 생활은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