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 학교 가는 길]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캄캄한 새벽, 전남 영암에 있는 한 생선가게에 딸린 집을 나서는 부부가 있습니다. 한 번 들이면 잊을 수 없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매력적인 서영임, 정백안 부부가 이번 주, 인간극장에 주인공입니다.
노부부는 올해 결혼 55년 차로 함께 살아온 인생마저 닮았습니다. 두 살,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에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가난한 살림에 목침 하나 높고 결혼한 부부, 농사일에 품을 팔고 생선 파는 장돌뱅이로 삼남매를 키웠지만 면사무소에 이름 석 자도 쓰지 못할 때는 너무나 서러웠다고 합니다. 이런 부부가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배움의 길에 들어선 성인들을 위한 학교를 알게 된 경임 씨는 남편에게 함께 다니자며 3년 동안 졸랐고 계속 거부하던 남편도 좋아하던 술을 끊고 학교 가는 길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영암에서 목포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먼 길을 가야 했습니다. 초등 3년을 마친 부부는 지금 중학교 1학년입니다.
학교는 마치 그리운 친정 같습니다. 다정한 김광목 담임선생님은 부부에게 엄마 같고 같은 반 친구들은 동생들 같습니다. 처음 학교에 와서 교복도 입고 수학여행도 가보며 서러운 인생을 녹여 시로 써 봅니다.
부부는 일주일에 3일은 중학생으로 2일은 생선 장수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해남과 영암의 오일장을 오가며 장사를 시작한지도 50년이 넘었는데 남편이 이제 그만둔다고 해도 자식들에게 짐이 딜까 아내는 쉽게 장사를 접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보고 웃고 반 친구들을 보고 웃고 인생이 담겨 있는 글을 보고 웃고, 학교가 부부를 웃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웃으며 손을 꼭 붙잡고 학교에 가는 생선장수 부부를 만나 봅니다. 노부부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 인간극장 송도 94세 어부 정덕성 할아버지 망둥어 잡이 번개 어시장 그 바다에 94세 청년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