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내 마음속의 풍경] 인생, 달리다.
전남 순천, 넓은 고사리밭을 모노레일 타고 오르는 남자가 있습니다. 해식 씨는 밤나무가 있었던 산을 갈아엎고 고사리밭을 만들었습니다. 해식 씨는 아픈 아내 영숙 씨를 두고 오늘도 모노레일을 탑니다. 아내가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는 항상 함께 다녔지만 이제는 고사리를 꺾는 것부터 삶고 말리는 것까지 혼자 해야 합니다.
아픈 아내에게 순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을 선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홀로 일하는 남편을 위해서 고사리전부터 고사리 생선조림까지 만들어 봅니다. 식사 후, 쭉 뻗은 도로를 달려서 남해 바다 앞에 도착했습니다.
일몰의 금빛 물결에 반짝이는 해식 씨의 은빛 머리카락을 보며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 영숙 씨가 이야기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강원도 영월, 산길을 굽이굽이 달리는 트럭이 있습니다. 가게에 갈 수 없는 오지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만물 트럭을 운전하고 가는 손병철 씨와 이애숙 씨. 부부는 10년째 몸이 불편해 장을 보러 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만물 트럭을 몰고 있습니다.
멀리서 트로트 노래소기가 들리면 마을 할머니들이 먼저 나와 만물트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골 오지를 돌다 경치가 좋은 곳에서 먹는 점심은 부부만의 특권입니다. 트럭을 타고 도착한 오지 마을에서 마주한 소박한 한상에는 10년 세월 오지도 달려준 이들에 대한 할머니들의 고마운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한국기행 오이도 동죽국수 자연산 광어 바지락 최경민 김상중 광어맑은알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