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한 작은 마을에는 농사를 20년 째 짓고 있는 김승기, 신덕남 씨 부부와 이게 귀농 2년 차인 딸 김은주 씨가 함께 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버지 승기 씨는 IMF 당시 중장비 판매업을 하다 빚을 지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논밭을 빌려 농사를 시작했고 집에 40여 마리 키우던 토종닭을 늘려가며 본격적으로 양계장을 시작했습니다.
가정 형편은 많이 좋아 졌지만 4년 6개월 전에 아내 덕남 씨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지금도 항암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아프기 시작하고 자신의 몸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낀 승기 씨는 후계자에 대한 생각이 커졌습니다. 이미 장남은 자기 농장을 하고 있고
장녀는 결혼해 가정을 꾸린 상황이라 대학을 마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던 셋째 은주 씨를 고향으로 불렀습니다.
시골에서 나자자라 농촌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는 은주 씨는 귀향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건강에 홀로 일을 해야 하는 아버지에 대한 걱정으로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농부가 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현재 양계장에는 6000마리의 토종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지난 20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친환경 사육을 고집하고 있고 면역력에 좋은 연잎을 재배해 닭들에게 먹이고 황토와 미강에 값비싼 유기농 마늘 진액을 섞어 천연 항생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대 춣신의 은주 씨는 아버지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연잎 재배와 항생제 재료를 구입하는 비용이나 시중에 판매되는 유기농 제품을 사서 쓰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은주 씨는 아버지의 방식에 반기를 들어보지만 아버지는 딸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습니다. 아픈 어머니와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이 많아 눈코 뜰 새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농장 이을 맡아 하고 싶은 은주 씨, 하지만 아버지는 일을 물려주기는커녕 자신과 상의 없이 마음대로 해버리고 있는 아버지에게 서운하기만 합니다.
아버지는 지금 당장 비용이 더 들더라고 건강한 사육 방식을 정착시키고 난 뒤 온전한 양계장을 물려주고 싶어 딸의 반대에도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 딸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 하루하루 쌓여 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동네에서 “퍼주기 대장”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각종 농작물을 가리지 않고 퍼주기고 이웃들에게 나눠 주기 위해 올해 수확한 양파 1톤을 숨겨놨을 정도입니다.
살림 형편이 좋지 않았을 때에도 남들에게 퍼주는 것을 좋아해 가족을 힘들게 했던 승기씨가 지금도 나눔을 멈추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아 농사를 지을 딸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도움을 받은 이웃들이 딸에게 그만큼 베풀어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딸에게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눔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 딸은 아버지를 절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은주 씨가 잠시 외출한 사이 아버지는 판매가 예약된 왕란을 이웃들에게 나눠줘 버리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딸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고 맙니다. 2년 동안 함께 살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불만과 서러움을 한꺼번에 터지면서 결국 부녀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고 맙니다.
세 사람은 올해 강원도 홍천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습니다. 시원한 물놀이를 하며 즐겁게 보낸 삼총사는 매콤한 민물 매운탕을 꿈꾸며 견지낚시를 시작합니다.
교도관 선후배로 만나 결혼한 황진호, 정갑연 씨는 7년 전, 남편이 퇴직하고 경북 고령으로 귀농을 했습니다. 아내의 보물 1호는 소나무 밭입니다. 아내는 소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동안 남편은 오늘도 놀기 바쁩니다.
비가 내려 잠시 일을 쉬는 부부는 귀농해 배운 대금과 가야금을 연주하며 여름처럼 뜨거웠던 지난날을 되돌아봅니다.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당신 덕분이라는”인사를 잊지 않는 부부의 행복한 함께 합니다.
[한국기행- 스님의 어느 여름날]
경남 함양에 있는 향운암, 이곳은 구름의 향이 저절로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곳 스님의 일상도 구름처럼 느리게 흐를 것 같은데, 하지만 이곳에 명천스님은 여름이 가장 바쁘다고 합니다. 이웃과 나눠 먹기 위해서 직접 밭을 일구는 명천스님은 여름철에는 스님이 아니라 농부라고 할 정도입니다. 명천스님은 모기가 싫다면 한낮에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명천스님은 바늘을 들고 4년에 한 번, 윤달에 만들 수 있는 가사를 만들어 봅니다. 수백 조각을 이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바느질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수행이라고 합니다.
제철 맞아 숯불에 밭에서 캔 도라지로 만든 비빔국수에 도라지 꽃잎을 뿌려 만찬을 만들어 봅니다. 산과 구름을 벗 삼아 먹으니 즐거움도 행복도 배가 된다는 스님, 못하는 것이 없는 명천스님의 여름을 함께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