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 자연인 김정예, 엄마의 이름으로]
조용한 겨울 산에서 유일하게 바쁜 외딴집이 있습니다. 겨울이 오면 호흡 쉬어가게 되는 것이 산골 생활이지만 이곳은 여전히 일거리가 넘칩니다. 7년째 산 생활을 하고 있는 김정예 씨.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손주들까지 키우며 쉼 없이 일했던 그녀는 일거리를 찾아 산골 생활을 선택했습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 7남매 중 맏이였던 그녀는 동생들의 엄마가 되어야 했습니다. 착한 심성을 가진 동생들은 말썽 하나 없이 곧잘 그녀를 따랐지만 어느 정도의 희생은 필요했습니다.
항상 자신보다 동생들이 먼저였고 내 것을 찾기보다 양보하는 삶이 익숙했습니다. 결혼 생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나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렸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탄광 일을 했던 남편은 일정한 생활비를 가져도 주지 못했고 아이들을 위해서 시내로 나와 구멍가게를 해야 했습니다. 다섯 평 정도의 작은 방에서 생활을 하면서 악착같이 버텨야 했습니다.
자녀들과 손주들이 성인이 되고 이제야 오랜 숙제가 끝난 것 같았던 자연인은 뒤늦은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 노래 교실도 다녀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봤지만 일생을 정신없이 달려왔던 그녀에게 엄마로서의 역할이 끝난 것 같아 공허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자연인에게 눈에 뛴 일자리가 있었는데 바로 생활을 둘러싼 모든 것이 일거리인 산이었습니다.
이제는 산골 살이 7년 차 겨울을 앞두고 한가해질 법도 하지만 밭에도 집에도 산중턱에도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일거리가 넘쳐납니다. 가족들에게 나눠주느라 손이 커진 탓에 뭐든 대량으로 만드는 그녀.
김치소와 배추로 매콤한 만두를 빚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몰속에서 미꾸라지를 퍼 올려 추어탕도 끓여 냅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 감 폭탄을 맞으며 따낸 시원한 홍시를 맛볼 때, 지금 생활이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 나는 자연인이다 자연인 정영희 바다에 빠진 그 사나이 나이 섬에 사는 자연인